이제 형식별로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3부 여러 가지 형식
8. 문학으로서의 논픽션
작가가 쓰고자 하는 것, 출판사와 잡지사가 출간하려 하고 독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상당수는 논픽션이다. 오늘날 독자들은 진지하고 품위 있는 글을 쓰는 사람들 덕분에 과거와 현재를 불문하고 삶의 모든 영역에 접근할 수 있다. 인류학, 경제학, 사회사 같은 학문적인 분야도 이제는 논픽션 작가들과 폭넓은 호기심을 가진 독자들의 영역이 되었다. 사실적인 정보를 박력 있고 명쾌하고 인간미 있게 전달하는 모든 작가들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좋은 저널리즘이 곧 좋은 문학이 되었다. 결국 작가는 자신에게 가장 편한 길을 가야 한다.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그 길은 대개 논픽션이다. 논픽션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 관찰할 수 있는 것, 발견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쓸 수 있게 해준다. 자기가 가장 잘 쓸 수 있고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분야가 논픽션이라면 그것이 열등한 장르라고 생각하지 말자. 형식이 어떻든, 그것을 무어라 부르든 좋은 글은 좋은 글이다.
9. 인터뷰: 사람에 대한 글쓰기
사람들이 말하게 하자. 그들의 삶에서 가장 흥미롭고 생생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익히자. 그 사람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자신의 말로 직접 들려주는 것만큼 글쓰기를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
인터뷰하는 법을 배우자. 어떤 형식의 논픽션이든 글 안에 넣을 수 있는 인용의 수가 많을수록 글은 생기를 띤다. 사람들을 찾아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따분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감추어져 있는 정보들을 끄집어내는 능력을 기르려면 사람들을 많이 인터뷰해보는 것이다. 인터뷰 자체가 가장 잘 알려진 논픽션 형식의 하나인 만큼, 일찌감치 마스터해야 한다.
먼저 어떤 사람을 인터뷰할지 정해야 한다.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매우 중요하거나 흥미롭거나 특이한 일을 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고르자. 독자의 삶의 한구석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고르자. 인터뷰 실력은 할수록 늘게 마련이다. 어떻게 긴장을 풀어주고 언제 말을 이끌어낼지, 언제 들어야 할지, 언제 멈출지를 직감으로 아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터뷰에 필요한 것은 종이와 잘 깎은 연필 몇 자루다. 노트북은 나중에... 한동안은 담소를 나무면서 인터뷰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가늠해 보고, 그 사람이 여러분을 신뢰하게 만들자.
사전조사를 하고 인터뷰를 가자. 질문 목록을 미리 만들어두자. 대상자가 주제를 심하게 벗어났다면 다시 끌고 들어고오, 만약 새로운 방향이 더 좋다면 준비해 온 질문은 잊고 그냥 따라가자. 억지로 싫은 일을 강요하지 말자. 인터뷰는 질문을 던지고 옮겨 쓴 답변을 가지치기하고 잇고 다듬는 과정이며, 엄청난 시간과 노동이 필요한 일이다. 녹음기는 되도록 사용하지 말자. 인터뷰 대상자의 본모습을 훼손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녹음기 사용을 고려해보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잠깐 멈춰달라고 하자. 인터뷰가 끝나면 그 즉시 놓친 단어들 가운데 기억나는 것들을 전부 채우고 맺지 못한 문장을 완성하자. 집에 돌아가면 타이핑해서 이미 모아둔 자료와 함께 정리해 두자. 인터뷰한 사람에 대한 의무는 간결함과 페어플레이다. 단어들을 함부로 바꾸지 말고 문장을 잘못 잘라서 문맥을 왜곡하지 말자. 단어는 바꿀 수도 있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자기가 절대 쓰지 않는 말이 자기 말로 인쇄되어 나오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을 때는 작가가 말을 정리하고 끊어진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수밖에 없다. 인용에 갇히지 말자. 무엇이든 여러분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두지 말자.
인터뷰 글을 구성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글쓴이는 여러분이고 권리를 넘겨주기 말자. 그가 말했으면 직접 그렇게 말하도록 내버려 두자. "그는 ~라고 말했다"와 같은 표현을 찾으려고 너무 애쓰지 말자. 특정한 의미가 전달되는 말은 적도록 하자.
나는 인용을 어느 정도 조작하거나 생략하지 않고는 괜찮은 인터뷰 글을 쓰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잘못인 것은 인용을 날조하거나 누가 어떻게 말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이다. 글쓰기 소재가 될 수 있는 진짜 사람들이 사는 멋진 세계를 다루는 것이야말로 논픽션 작가들의 특권이다. 그런 사람들의 말을 다룰 때는 마땅히 귀중한 선물을 다루 듯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