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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 4부 글쓰기의 자세 3

by P&TB 202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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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은 것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는데 기억이 오래가지 않는군요.

<글쓰기 생각쓰기> 표지* 출처 : YES24

4부 글쓰기의 자세

20. 기억을 간직하는 글쓰기

작가는 기억을 지키는 사람이다. 자신의 삶과 가족에 대해 어떻게 기록으로 남길 것인가. 회고록일 수도 가족사일 수도, 구술가 될 수도 역사와 회상을 뒤섞은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어떤 형식이든 그것은 아주 중요한 글쓰기이다. 출판과 상관없는 글쓰기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글쓰기는 강력한 수단이며, 자신의 일생과 화해하는 기쁨을 준다. 또 상실, 슬픔, 병, 중독, 실의, 실패 등 살아오면서 겪었던 커다란 좌절을 되짚어보면서 이해와 위안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냥 말하듯이 쓰면 그만이다. 가족사를 쓸 때면 '작가'가 되려고 하지 말자. 자기 자신이 되자. 그러면 독자는 여러분을 어디로 가든 따라올 것이다. 여러분이 내놓을 것은 여러분 자신이다. 회고록과 개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과 여러분이 기억해 낸 경험과 감성 사이의 공감이다.

내 생각에 가장 힘 있는 회고록은 시간과 장소의 통일성을 지키는 것이다. 어린아이나 청소년의 눈으로 그린 회고록을 쓰는 것이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 더 지혜로워진 자의 관점에서 젊은 시절에 대해 쓰겠다면 그런 회고록에도 나름의 강점이 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종류의 글쓰기이다. 둘 중 하나를 고르자.

글에 나오는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친척들을 불쾌하게 하거나 상처를 주는 내용은 빼야 할까? 그런 문제를 미리 걱정하지 말자. 여러분이 먼저 할 일은 기억하는 대로 쓰는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자유롭고 솔직하게 말해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 그리고 나중에 글의 부분을 해당사람에게 보여 주면 된다. 그 부분을 뺄 수도 그냥 둘 수도 있다. 결국 그 이야기는 여러분의 것이다. 누구도 함께 겪은 과거를 독점할 수 없다. 여러분이 그릇되지 않은 순수한 동기에서 정직하게 한 일이라면 지지하고 고마워할 것이다.

자신의 인간됨과 자신의 인생을 거쳐 간 사람들의 인간됨 사이에 정직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아무리 여러분이 그들에게 상처를 받았거나 상처를 주었더라도 독자는 여러분의 여행에 동행할 것이다.

이걸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하나씩 이야기를 줄여나가는 결정을 해야 한다. 회고록에서는 글쓴이가 주인공이자 여행 가이드라는 점을 명심하자. 하고 싶은 이야기의 방향을 잡았으면 고삐를 늦추지 말자. 꼭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면 다 빼버리자는 말이다. 여러분의 회고록은 여러분의 이야기다. 인터뷰는 가족에 대한 독특한 통찰을 갖고 있거나 여러분이 풀 수 없었던 수수께끼를 해결해 주는 일화를 알고 있는 식구들만 하면 된다.

줄여나가기에 관해 마지막으로 할 조언은 간단하게 말해 '작게 생각하자'는 것이다. 회고록에 써먹을 만한 중요한 에피소드를 찾기 위해 자신과 가족의 과거를 다 뒤질 필요는 없다. 여러분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은 그 자체로 충분한 사건들을 찾아보자. 여러분이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면, 거기엔 독자가 자기 삶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진실이 담겨 있다. 내 회고록의 많은 부분은 객관적으로 중요하다기보다 나 자신에게 중요한 작은 에피소드를 다루었다. 그것은 나에게 중요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보편적 진실을 건드려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회고록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조언 역시 '작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다루기 쉽게 덩어리로 묶어 접근하자. 이렇게 저렇게 구성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최종 결과물을 미리 그려놓지 말자. 한 가지 권할 만한 방법이 있다. 월요일 아침 책상에 앉아서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한 사건에 대해 조금 써보자. 서너장 정도면 충분하지만 시작과 끝은 있어야 한다. 일단 보관하자. 화요일에도 같은 과정을 반복하자. 어떤 기억이든 떠오르는 게 있으면 그것을 붙잡자. 무의식이 알아서 과거의 모습을 그려낼 것이다.

이런 과정을 두 달, 아니면 석달이나 여섯 달까지 반복한다. 시작하기 전부터 품고 있던, 어서 회고록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내지 말자. 그러다 어느 날 보관해 둔 것을 죄다 끄집어내 바닥에 펼쳐놓자. 그것들을 쭉 읽어보며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어떤 패턴이 눈에 띄는지 살펴보자. 그러면 여러분의 회고록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또 무슨 이야기를 하지 않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다음인지, 무엇이 재미있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무엇이 감성적이고 중요하고 비범하고 웃기는지, 무엇이 더 파고들어서 크게 다룰 만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이야기의 서사 구조를 파악하고 원하는 길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일은 이제 그 조각들을 한데 모으는 것뿐이다.

21. 최선을 다해 쓰자

최선을 다해 잘 쓰는 것 외에도, 나는 최대한 재미있게 쓰고 싶었다. 야심만만한 작가들에게 어느 정도는 자신을 엔터테이너로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즐거운 글을 써서 신문이나 잡지에서 돋보여야 한다. 여러분의 글쓰기를 엔터테인먼트로 끌어올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대개 독자들에게 즐거운 놀라움을 주는 것이다. 유머, 일화, 역설, 뜻밖의 인용, 강력한 사실, 특이한 디테일, 우회적인 접근, 단어의 우아한 배열 등 어떤 것이든 좋다. 사실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것들이 바로 여러분의 문체가 된다. 우리가 어떤 작가의 문체가 좋다고 할 때, 우리는 그가 종이 위에 표현하는 그의 개성을 좋아하는 것이다.

논픽션 작가들은 간소함과 명료함이라는 밧줄을 붙잡는 게 나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같은 단어와 원칙을 가지고 쓴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쓰려면 먼저 남들보다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있어야 한다. 자기 글 솜씨의 아주 작은 부분에 대해서도 강박적인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여러분은 다른 눈을 가지고 있는 여러 중개자들로부터 여러분의 글을 지켜내야 한다.

나는 언제나 내 '문체', 즉 내가 생각하는 나를 종이 위에 조심스레 펼쳐놓은 것이 내가 팔 수 있는 자산이며 다른 작가들과 나를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소유물이라고 생각해왔다. 여러분이 쓴 것을 방어하는 일은 여러분이 살아 있다는 표시다.

편집자는 적인가? 친구인가? 좋은 편집자는 한 편의 글에 필자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객관적인 눈을 부여해준다. 그런가 하면 불행히도 편집자가 상당한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 피해는 문제를 바꾸고 내용을 바꾸는 것이다. 필자에게 가장 씁쓸한 순간 중 하는 자신이 전하려는 요점을 편집자가 놓쳤다는 것을 알았을 때다. 이상적인 것은 필자와 편집자 사이에 절충과 신뢰가 존재하는 관계이다.

필자의 의도는 필자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 여러분이 쓰는 글은 여러분의 것이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여러분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고, 자기 존재를 걸고 그것을 지키자.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자기 글을 믿고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고, 남들과 달라지려 하고, 스스로를 부단히 연마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스스로 노력하는 만큼 글을 잘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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