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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하(얼웨허) 제왕삼부곡 완결판 <건륭황제 13> 양광총독의 귀경, 기타 등

by P&TB 202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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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부상하는 인물이 있는데, 왠지 청나라에 비극을 초래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역사는 참 슬프고 아쉬운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건륭황제 13 표지* 출처 : YES24

 

제5부 운암봉궐

양광총독의 귀경

대교 하나에 열대의 마차가 자금성 남쪽 숭문문을 향하고 있었다. 양광총독 이시요는 돌쇠에게 일러 숭문문에 도착하여 세관에 사람을 파견하여 통관절차를 밟게 하고 군기처와 서하와자에 있는 거처가 준비됐는지 확인하라고 하고 성밖에서 끼니나 때우고 들어가자고 하였다. 이시요 일행은 식당이 즐비한 곳에 가 채가네에 들어가 식사를 하였다. 세관에 갔다 온 젊은이가 문을 닫아 당직 책임자 류어른을 모셔왔다고 하였다.

이시요가 류전에게 문을 열라고 하니 류전은 수레의 실은 물건을 검사를 거쳐 일정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하면서 사람 먼저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였다. 이시요는 광주해관에서 걷은 세금과 태후에게 효도하는 물품들이라며 문을 열라고 호통을 쳤다. 류전은 예외는 없다고 법규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하며 하룻밤 묵어가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자신이 화 어른께 아뢰고 방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였다. 이시요의 친병들이 확 밀고 들어가자고 하자 이시요는 여기는 광주가 아니고 북경이라고 혼을 내었다.

이시요는 류전에게 수레 다섯 대에 전부 은자인데 사고라도 나면 어쩔 거냐고 하고 류전은 걱정 말라고 풍영대영에서 한 개 소대를 지원받아 철통수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류전은 동쪽 별채의 손님들을 다 후원으로 물리라고 주인 채씨에게 말하고 총독 어른을 동쪽 별채에 모시고 수레 물건들은 마당에 들여보내고 안은 총독 친병들이 지키고 밖은 자신의 호위들을 불러워 골목을 지키겠다고 하였다. 이시요는 아계를 쫓아다니던 놈에게 물건 검사를 받기 위해 성 밖에 갇혀 있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이시요는 화신에게 아계 중당이 오늘 밤 기다리고 있고 내일은 폐하께서 부르실지 모르니 알아서 하라고 전하라고 류전에게 말하였다.  이시요는 하룻밤 묶어가기로 하고 수레 물건들을 안으로 들여놓으라고 친병들에게 명하였다. 이시요는 내일 건륭을 만나 하문할 질문들에 대해 정리를 하면서 생각하고 고민하였다. 특히 사이비 전리회 교도 두목 위춘생 사건에 대해 잘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계의 서찰에서 자신을 군기처로 입직시킬 생각인 것 같다는 말을 떠올리고는 가슴이 훈훈한 이시요였다. 

밖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이시요는 기윤이 보내준 <열미초당필기> 읽다 눈이 감겼다. 밖이 갑자기 소란스러워 지면서 주인이 방을 바꾼 이유를 거인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 이시요는 스무 명 정도 되는 거인들을 보았다. 이시요는 그들 옆의 식당 한 구석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석보, 오성흠의 시에 대해 누군가 말하고 이야기하고, 지적당한 사내가 방영성의 시와 어찌 겨루냐고 말하였다. 그들의 올해의 주시험관에 대해 평하며 이시요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이시요는 몰래 웃었다. 

뜻밖의 밀유

서산 유람을 다녀온 조석보, 오성흠, 방영성, 혜동제, 마상조 등은 옆자리에 이시요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그와 아계 등에 대해 평을 하였다. 거인들의 대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시요는 화를 낼 수도 없고 방으로 돌아갔다. 류전이 화신을 모시고 들어와 이시요를 찾았다. 돌쇠는 화신에게 기다리라고 말하고 화신은 주인 채씨와 야시에서 송지와 휘묵 진품을 사고 싶다는 말을 하며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술시에서 해시를 넘어가도록 안에서 움직임이 없자 류전은 화신에게 성친왕부의 공연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을 하였다. 화신은 다시 한번 총독에게 자신이 와 있다고 아뢰라고 하고 기다렸다. 류전이 가보니 별채에 불이 꺼져있더라고 말하였다. 화신은 채씨에게 자신들은 갔다가 내일 오겠다고 책임지고 아뢰달라고 부탁하였다.

주인은 졸다가 돌쇠의 고함소리에 깼다. 채씨는 돌쇠에서 화신의 급무가 있어 갔다가 내일 일찍 오겠다고 했다고 전하였다. 주인 채씨는 화신과 비교에 총독이 심통 맞다고 생각하였다. 돌쇠는 이시요에게 상황을 전하고 이시요는 버릇을 고쳐주고야 말겠다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붓을 들어 상주문을 썼다. 

이시요는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운동을 하였다. 자신의 경부의 마름과 막료 장영수가 와서 푸상이 귀경길에 오른다고 하고 아계를 만나고 자신을 보러 오라는 지의가 있었다고 전하였다. 기 중당도 자리를 비우고 아계가 군기처로 오라고 하였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이시요는 돌쇠를 불러 성안으로 들어갈 차비를 하였다. 이시요 일행이 숭문문에 도착하니 이미 문이 열렸고 성안으로 들어가려는 행렬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세관아문은 아직 문이 닫혀 있었다. 마름 이씨를 알아본 세정들이 화 어른의 분부가 있었다며 화신이 묘시 정각 전에 도착하여 친히 총독어른을 배웅해 드린다고 했다고 말하였다. 일이 바쁘다는 생각에 마름이 두 세정에게 종이봉투를 찔러주었다. 거수라는 세정이 관차라며 앞으로 몰아주라고 소리 질렀다.

그때 화신이 도착을 하였다. 화신은 이시요에게 아문에 들어 차 한잔 하고 가라고 하고 물건을 검사해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하였다. 이시요는 다시 한번 세금과 황강이 들어 있다고 하였다. 화신은 병부 감합을 소지한 군향을 제외하고는 전부 검사대상이라고 편의를 봐줄 수 없어 양해해 달라고 하였다. 다시 한번 이시요는 세금과 태후와 귀비의 물품들이라고 말하였다. 화신은 통관을 할 수 없다고 하고 돌쇠는 화가 나 욕을 해댔다. 친병들까지 가세 하니 류전이 당당히 앞에 나서 천자의 발 밑이라고 나섰다. 화신은 흔들리는 듯 하다가 빠르게 냉정을 되찾고 자신의 차사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이시요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노란 비단으로 겉봉을 한 서류를 화신에게 넘겨주었다. 화신이 보니 건륭의 어비가 달려 있었다. 화신은 건륭의 지의에 가슴이 철령 내려 앉으려 이시요가 자신에게 똥바가지를 덮어씌우고자 한다고 생각하였다. 화신은 당장 낱낱이 밝혀버리고 싶었으나 우선 참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시요 일행을 통과시켜 주었다.  

영웅일세

아계는 군기처로 들어오는 고도 이시요를 반겼다. 아계는 오자마가 백련교도들에 대한 것들을 읽고 폐하를 볼 준비를 하라고 하였다. 그들은 어림잡아 7년 만에 보는 것이었다. 아계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무리들을 보며 호부 일을 먼저 처리해야겠다고 하였다. 이시요는 상주문을 읽기 시작하였다. 깨알 같은 글씨들로 눈이 금방 피로해졌다. 아계는 사람들을 불러 접견을 하고 이시요는 천리교에 대한 상주문을 살펴보았다.

아계는 이 차사가 눈에 익고 손에 익으려면 당분간 머리가 아플 거라고 말하였다. 이시요는 자신이 형부로 파견하는지를 물어보고 아계는 아직 정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들은 만인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무 정돈이 아직도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한탄하였다. 아계는 기무는 백만명 정도니 먼저 이치를 쇄신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연청 류통훈이 죽고 계선공도 쓰러지고 푸헝도 몸져누워버려 이치에 칼을 빼 들 사람이 없다고 아계는 한탄하였다. 

아계는 푸상이 덕, 재, 자, 망, 공, 충, 인, 의가 모두 특출하여 흠잡을 데 없고 비교할 상대가 없는 분이라고 하며 아쉬워하였다. 이시요는 푸헝의 처지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시요는 푸헝이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계는 모두 푸상의 그들에 있었다고 말하며 푸헝의 상태가 어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비쳤다. 복의가 와 아계, 이시요는 푸헝이 북경에 도착했으니 푸헝의 병문안을 하라는 지의를 전달하였다.

이시요는 복의와 알은 체를 하고 이를 본 아계가 수레를 함께 타고 가며 태감들과 엄격한 선을 지키라고 말하였다. 이시요는 숭문문 통과하면서 화신과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아계는 화신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자라고 말하며 대궐도, 왕부도 자기 집처럼 드나들고 있는 자라고 말하였다. 

푸헝의 집에 도착한 그들을 푸헝의 집 호경각이 맞이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화친왕 홍주가 와 있었다. 그 옆에 화신이 있었다. 서재에는 조후이와 하이란차도 있었다. 화친왕은 이시요에게 자신이 부탁한 연토(아편)을 가져왔는지 말하고 살이 빠진 화친왕을 보고 이시요는 연토와 함께 아편을 끊는 계토고도 같이 가져왔다고 말하였다. 

어가가 당도하여 그들 모두는 정청으로 가 건륭을 맞이하였다. 건륭이 이시요를 알은체를 하고 오후에 보자고 하였다. 건륭은 홍주와 아계를 데리고 복강안과 복령안의 안내로 푸헝을 문병하러 들어갔다. 복령안은 화가공주와 결혼하여 화석액부이자 병부상서였고 복강안은 태호수사를 거쳐 금천의 정변장군이었다. 아계가 군무를 참찬해주십사 요청해서 아버지를 시봉하기도 하려고 북경에 와 있었다. 당하를 보고 건륭은 아들들과 분담하여 쉬어가면서 하라고 말하였다.

푸헝이 건륭을 보고 일어서려고 하였으나 힘이 없어 소용이 없었다. 병색이 완연한 푸헝을 보고 건륭은 눈물이 맺혔다. 군기처에서 23년 동안 군정, 하무, 전량, 형명을 두루 떠맡아 군주를 보필한 고굉인 푸헝이 인생의 황혼길에 서성이는 것을 본 건륭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난륜을 막아라!

건륭은 50밖에 되지 않은 푸헝을 위로했다. 푸헝은 미얀마에서의 업적없이 전량만 축낸 것에 사죄하였다. 건륭은 미양마 왕이 화해를 구걸하게 만들었으니 그 공로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하였다. 푸헝은 미얀마에서 전사를 치를 필요가 없을 듯 하다고 천시, 지리, 인화 모두 우리쪽이 불리하다고 하며 철병을 지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하였다. 종전의 기미에 아계는 적이 안도했다. 푸헝의 미얀마 출전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보고 아계는 감복하였다. 홍주가 고사기의 그림을 가지고 와 주었다는 말을 하였다. 푸헝은 유서까지 도 있다고 하며 기침을 해대다 호흡이 거칠어져 태의들이 치료하자 천천 다시 맥박이 돌아왔다.

건륭은 힘이 없는 푸헝을 위로하며 나와 당아를 만났다. 건륭이 서재로 들어가 당아와 단둘이 10년 만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아는 강아의 승진이 빨라 구설이 두렵고 다른 아들들과 차이가 벌어져 위화감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하였다. 건륭은 나라황후와 잘 지내라고 이야기하고 고사기의 자화를 보고 푸헝의 연연이라는 여인을 떠올렸다. 건륭은 푸헝이 산동순무 국태와 왕래가 잦냐고 물었고 당아는 국태가 여기저기 기웃대며 군기처와 친왕들에게 알랑방귀만 뀌면 되는 줄 아는 한번 혼내줘야지 하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였다. 건륭은 그림을 보더니 명주, 소어투, 커룽둬, 나친이 차례로 소장했는데 길하다고 하기 그러니 대내에 바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였다.

건륭은 당아를 위로하고 아이들은 자신이 보살피겠다고 나왔다. 갑자기 당아가 불렀다. 당아는 강아의 혼사 문제로 아뢸 말씀이 있다고 하였다. 강친왕과 예친왕 댁에서 공주님 혼사 얘기를 꺼냈는데 강아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강아는 약년 양주에서 리아라는 여식을 데리고 왔으나 여식의 출신이 미천하여 문제가 될까봐 이미 소실로 들였다고 하였다. 홍창의 복진이 폐하의 십오공주와 강아의 혼사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함군왕 복진이 포기할 성격이 아니라 걱정이라고 하였다. 

건륭도 그 복진의 성격을 아는지라 걱정이 되어 리아를 불러오도록 하였다. 당아는 리아를 불러오고 강아를 서재로 불러들였다. 건륭은 여식이 수더분하고 얌전하고 듬직할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건륭의 질문에 리아는 스물넷이며 복강안 곁에서 팔 년을 시중들었다고 말하고 금기서화는 좀 하고 글은 <이십사효>, <여사서> 정도 읽을 정도라고 말하였다. 건륭은 복강안을 보며 여식이 의남의 귀상이니 출신은 미천하나 집안의 사악한 기운도 밀어낼 겸 강아의 정실로 들일까 하는데 복강안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다. 복강안은 갑작스러워 멍해 있다 성은에 감사하였다. 건륭은 나가면서 측부인 리아를 정실로 승격시켰다고 본인이 맺어준 혼인이니 군기처와 예부에서 축하를 해주어야 하고 푸헝이 와병 중이니 절차를 간소화하라고 하였다.

건륭은 보낸 복강안은 동쪽 서재에 있는 조후이와 하이란차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화신과 상관없이 미얀마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신은 슬쩍 호부에서 병부로 갈 때, 서안, 감숙까지 가면 군향이 증발하는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둘은 화신을 파리와 같다고 혐오스러워했으나 화신은 둘의 냉대에도 여전히 웃으며 자신은 남의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하였다. 복강안이 들어오자 화신은 자신은 차사가 있어 가봐야 하겠다고 하고 주문한 푸헝의 약이 도착하면 들르겠다고 하고 물러갔다.

화신이 밖으로 나오니 건륭은 아직 의문을 나서지 전인 것 같았다. 화신은 동화문을 통해 입궐하였다. 장부를 책임지고 있는 태감 왕렴이 화신을 보더니 궁녀들과 태감들의 월례도 올라 내정의 금고가 풍성한 게 덕분이라고 말하였다. 또한 함군왕이 화신을 칭찬하더라고 광록사 부경으로 승진시킬 의사를 비췄다는 것이다. 그리고 폐하는 외차로 보내 좀 더 조련을 거친 연후에 기용할 의사를 비추었다는 것이다. 화신은 속으로는 좋았으나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산동순무 국태가 내무부 조외삼에게 서찰을 보내 자신의 조카가 무고사에 있는데 세관 쪽으로 발령을 낼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화신은 사람을 한번 보내보라고 대답하였다.

건륭이 회가하는 것을 보고 화신은 서둘러 태감 방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건륭은 알은체를 하니 화신은 눈 구경을 하고 있다 작시를 하려다 백성들이 기한에 허덕일 것을 생각하고 가슴이 미어질 것 같다고 말하며 관세에서 일부 떼어내어 구제해 주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하였다. 건륭은 내무부와 종실 왕친들이 칭찬이 자자하지만 특별하게 보이지 않던 화신이 백성들의 질고를 떠올린다고 하니 다시 보이기 시작하였다. 건륭은 화신을 보고 따라오라고 하였다. 

파격적인 인사

황제를 대면한 화신은 행운에 정신이 황홀해졌다. 양심전에 들어간 화신은 진정을 하고 눈도장을 찍어두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화신은 정홍기 기하의 일원으로 가세가 쇠락하였으나 훈신의 후예라 삼등경차도위의 세직을 은음 받아 어릴 적 함안궁에서 글공부를 했다고 하였다. 부친 사후에 아계 군중에 들어가 전량을 책임지다 군기처로 와 시중을 들어 용안을 자주 뵐 기회가 있었다고 하였다. 화신은 만주 성씨로 뉴구루씨이라고 말하였다. 건륭은 기하의 만주인이면 전량이 나올 텐데 아계의 군중으로 간 연유를 물었다.

화신은 부친이 복건 도통을 역임했으나 빈한했고 총기가 좋은 아우 화림을 뒷바라지하느라 가세가 더 구차해져 모친이 생계를 꾸리게 되고 힘들어하여 자신이 군중으로 가게 되었고 한어, 만주어, 몽고어, 서반아오에 능통하여 아계 군문이 열다섯에 천총 자격을 주었다고 진실반 거짓반으로 아뢰었다. 사실 화신은 매일 기반가나 대낭묘 일대에서 어중이떠중이 호붕구우들과 휩쓸려 다니며 도박판에서 살고 소녀들을 부자들에게 팔아먹는 몹쓸 짓까지 하니 모친의 야단과 벌이 이어지고 그 간섭이 싫어 홧김에 집을 나와 군중으로 간 것이다. 그 당시 아계도 똑같이 속임수에 넘어가 같이 눈물을 흘리고 격려해 주었다. 건륭 역시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했다.

건륭은 속으로 놀라며 충효, 덕재를 겸비한 건실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학문의 깊이가 부족한 단점이 있으니 차사에 임하며 글공부를 많이 하라고 하였다. 건륭이 만주어로 말하니 화신이 만주어로 의죄은제도와 숭문문 차사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건륭은 의죄은 제도는 명조를 내려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그렇다고 말하고 관세는 내정의 재무를 건실히 하여 요긴하게 쓸 것이라고 하였다. 건륭은 화신에게 조만간 은지를 내릴 것이라고 하고 차사에 매진하라고 하였다. 물러난 화신이 왕렴이 짚신 모양의 깔개를 챙겨주며 인사를 하자 화신은 인사말과 함께 눈 속으로 힘있게 걸어갔다.

군기처에서 아계와 기윤, 류용과 이시요 등은 점심을 먹고 물리고 있었다. 이시요가 설경을 구경하자고 하자 아게가 숭여 아우와 다녀 오라고하고 자신은 기윤 중당과 있겠다고 하였다. 류용과 이시요는 천천히 동쪽으로 산책을 나섰다. 이시요는 설경에 천상궁궐이라는 말을 이제야 실감하겠다고 하였다. 류용은 처지에 따라서 생각도 달라지는 법이라고 하였다. 이시요는 7년 만에 본 류용이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을 보인다고 하니 류용은 자신의 몰골이 그렇다고 하며 자신의 아버지의 제사현장에 건륭이 와 현랑사에 들어 다라니경 이불을 덮어주시고 제문을 친필로 적어주시니 몸이 부서지도록 놀려도 성은에 보답할 길이 없다고 하였다.

류용은 산동성 산수현에서 몇 천 명의 소작농들에 사흘 밤낮을 감금당하다고 복강안이 친히 병사들을 이끌어와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때 74명의 목을 쳤다고 하였다.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누누며 군기처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선 그들은 아계와 기윤의 표정에 그리고 바닥에 무릎 꿇은 상중인 2품대원 윤계선의 아들 윤경계였다. 아계가 참담한 표정으로 푸헝이 와병 중이라 계선 공이 위태로운 줄 몰랐다고 하였다. 기윤은 경계를 위로하며 자신들이 건륭에게 알리고 예부에 알려 장례식을 준비할 테니 염려 말고 돌아가 있으라고 하였다. 

윤경계가 물러가자 복의가 네 사람을 즉시 들라 하라고 했다고 전하였다. 네 사람은 즉시 양심전으로 향하였다. 건륭은 윤계선의 부음을 알고 있었다. 건륭은 이시요에게 광동이 상황을 물었고 이시요는 광동 남부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미곡을 사들이는데 양상과 부자들의 낙수로 해결했다고 답하였다 이시요는 자신의 자신의 차사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였다. 건륭은 호남, 강서, 강남 일대의 수로하는 지역의 수한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시요는 하공의 부패와 수한, 황충의 피해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고단함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고 탐관오리들의 횡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 현지 총독과 순무는 죄를 면키 어렵다는 생각에 러민을 만나보러 가 호광은 대풍작이어서 십이분 대풍작이라고 보고하고자 했으나 부하들의 잔소리로 조금 낮춰 십일분으로 호부에 보고 올렸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건륭은 부하들의 잔소리가 뭐냐고 물어보고 이시요는 외관 잡것들의 작당으로 전임보다 치적이 뛰어나야 하고 수확량을 줄여 차액을 저희들끼리 나누고 자신의 치적까지 챙기는 것이라고 하였다. 건륭은 분노와 허탈함이 몰려왔다. 아계는 이부에서 철저한 수사를 거쳐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아뢰었다. 이시요가 오는 도중 가장 심각한 곳은 회북일대였고 물난리로 20만 명이 산동, 강소, 하남, 호광으로 살 길을 찾아 흩어졌다고 하였다. 그리고 관음토를 먹고 죽은 시체들이 수도 없이 널려 있었다고 하였다. 안휘순무에게 서찰을 보내 구제양곡을 독촉하였으나 어찌 되었는지 알 길이 없고 이런 폭설로 얼마나 많은 기민들이 죽어나갈지 걱정이라고 하였다.

아계와 기윤은 보정재상으로 할 말이 없었다. 건륭은 아계에게 호부에 회북 구제양곡을 조달하는 지의를 발문한 후 여러 성들에게 보고 올라온 바가 있는지 물었다. 아계는 하남, 직예, 호광, 산동, 강남 다섯 성에서 각각 25만 석씩을 안휘에 보냈던 걸로 알고 있다고 하였다. 건륭은 치미는 화를 참느라 벌겋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네 대신은 무릎을 꿇었다. 건륭은 호부상서 덕주, 병부상서 반사원은 즉각 차사에게 손을 털고 관품을 두 등급 강등시키고 벌봉 2년의 죄를 묻는다. 안휘포정사 두광내는 정자를 떼어놓고 관품을 세 등급 강등시켜 유임시킨다고 하였다.

류용은 기윤이 예부와 형부 업무를 겸하고 있지만 <사고전서>의 편수에 매달려 재해복구에 책임을 크게 물을 수 없을지라도 군기처에 몸담고 있으니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이시요는 외신이니 책임 밖이고, 아계는 서부 용병을 지원하느라 바쁘고, 그래서 류용은 자신이 나섰다. 류용은 두광내가 구제양곡을 받기를 거부하고 돌려보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아뢰었다. 호부와 병부는 서부전사를 지원함에 있어 큰 실책은 없었는 바 다른 누군가를 투입하느니 덕주와 반사원을 유임시키는 것이 어떨까 하고 무호, 강서, 정하 등지로 대신을 파견하여 조운과 하방의 은우를 미연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아뢰었다.

아계가 나서 산동순무 국태가 번고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 곰팡이 낀 식량을 헐값에 사들여 안휘에 보내고 70만 냥의 차액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어 조사 중이라고 하였다. 기윤도 나서 회북 재해현황을 제때에 파악 못하고 늑장대응 한 죄를 청하고 두광내가 산동순무 국태로부터 받은 구제양곡을 한 줌 담아 보내왔을 때에야 위급함을 알았다고 아뢰었다. 아계가 가슴에서 자그마한 주머니를 하나 꺼내어 건륭에게 받쳐 올렸다. 건륭이 안을 보니 좁쌀과 흰쌀은 드문드문 보일고 모래와 흙, 지푸라기, 분말들이 섞여 있었다. 흰쌀을 손으로 비벼보니 그대로 가루가 되어버렸다.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여 먹을 수 없었다. 이건 축생들에게조차 먹이기 힘들 정도여서 두광내가 이를 받았다면 오히려 죄를 면키 어려울 것이었다.

건륭은 군기대신들을 기과처벌만 하고 민명이 곧 천명인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하였다. 건륭은 윤계선의 집으로 팔황자 옹선에게 다라니경 이불과 백은 5천냥을 보내 장례를 치르도록 하고 모든 상의는 예부에서 주지할 테니 그에 따르라고 하였다. 건륭은 황자들의 총사부 대학사 우민중을 군기대신겸 영시위내대신으로 승진시키고, 류용은 협판대학사직에 제수시켜 직예총독과 공부상서를 겸하게 할 것이고, 화신을 군기처의 행주로 임명하고 이시요는 경사보군통령 겸 직예총독 실직을 서리하도록 하라고 하였다. 내년 춘위 시험은 이시요와 우민중이 주관하도록 하고 무사히 치르고 나면 군기대신 직에 발령 낼까 한다고 하였다.

이번 인사는 사전에 아무하고도 상의한 바가 없었기에 네 대신들은 저마다 멍멍한 표정들이었다. 우민중은 건륭 3년의 장원으로 성정 또한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안하무인을 군기대신으로 발탁했다는 사실에 수긍이 가지 않는 눈치들이었다. 화신에 대한 인사도 석연치 않았다.  아첨꾼에 상대에 따라 얼굴 달라지는 화신을 국가의 막중대사르 논하는 자리에 앉힐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신하들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시요는 우민중에 대해서는 인정하나 화신에 대해서는 인정받은 바가 없고 신망이나 경력 또한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고 아뢰었다. 건륭은 푸헝과 아계에 비해 나은 자를 적극 천거하라고 말하였다. 이시요는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건륭은 자신의 지인지명을 믿는다고 자평하였다. 건륭은 완인은 없으니 배워가며 된다고 말하고 화신의 이재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군기대신들의 옹졸함을 탓하였다. 

건륭의 성총이 점점 흐려지는 것 같네요. 화신이라는 자가 앞으로 청나라의 앞날에 얼마나 많은 일을 저지르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서글픈 일이네요. 푸헝이 이리 빨리 눕지만 않았어도 청나라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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