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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 글을 쓸 때

by P&TB 2024.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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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볼까요?

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 출처: YES24

끊임없이 메모하고, 검색하고, 최대한 빨리 써라. 한 영화에 대해 쓴다는 것은, 바로 그 감독에 대해 쓰는 것이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 된 것처럼 영화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는 내가 쓰는 영화의 매 순간의 관찰자이자 철대자이며 최후의 증인이다. 스크린과 객석의 경계를 넘어, 내가 지금 본 영화는 바로 내가 2시간 동안 감독과 함께 만든 영화다.

Part 03 글을 쓸 때

메모하라

언젠가 글을 쓰게 될 일이 있을 것을 생각해서 메모하라. 영화를 보면서 메모하면 된다. 혹은 영화를 한 번 더 보면 된다. 글을 다음에 쓰지 말고 영화를 보고 나온 그날 바로 쓰면 된다. 영화글은 기억력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메모를 못했으면, 적어도 영화관을 나온 다음 스마트폰 메모장에다가 재빨리 적어두기라도 해야 한다. 아무튼 기억이 다 사라지기 전에 자신이 '쓰게 될 가능성이 높은 내용'들 위주로 메모해 두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별것 아닌 내용이라도 최대한 많이 메모해 두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된다.

메모하는 습관은 글을 쓸 때 스트레스를 덜 받는, 더 나아가 즐겁게 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검색하라

어떤 영화든 글을 쓰기 전에 최소한의 자료조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그것이 글 쓰는 이에게 즐거운 과정이 되어야 한다.

잘 쓴 글은 모두 성의있게 쓴 글이다.. 성의 있는 글은 취재를 많이 하고 자료를 꼼꼼하게 뒤져서 쓴 글이다.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은 홍보사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전체적으로 읽어보는 것이고, 원작이 있는 영화라면 그 원작을 찾아 읽는 것이다. 원작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와 관련된 자료라도 꼭 읽어야 한다.

이처럼 관련 있어 보이는 책과 영화를 찾아보고, 영화가 다루는 사건에 대한 뉴스나 자료도 찾아 읽을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 과정이 글의 퀄리티를 결정짓는 중요한 단계가 될 수 있다.

보도자료가 제공하는 정보와 지식들 그 이상의 정보를 찾아야 한다. 실제로 많은 기자가 언론시사회를 보러 가기 전에 보도자료를 가지고 대강의 리뷰를 써둔다. 그런 다음 영화를 보고 각자의 시선으로 나머지를 채워 확신에 찬 채 글을 마무리할 것이다.

글을 어떻게 시작할까

자신의 관점에 따라 전체 제목을 정하고,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고심해서 결정한 다음에 비로소 글을 쓰기 시작하라.

대사, 장면, 인물, 사건으로 첫 문장을 시작하라. 이는 첫 문장을 고민하는 경우의 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이다. 첫 문장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다음 문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첫 번째 문장에 대한 답이 마지막 문장이고, 첫 번째 문장의 외침에 대한 메아리가 마지막 문장이다.

한 편의 영화리뷰를 쓴다고 할 때 보통 4개 혹은 5개의 문단을 쓴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편하다. 첫 번째 문단이 도입부이고, 두 번째 문단이 주로 줄거리라면, 세 번째 문단은 결론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정보와 가벼운 논지 전개에 할애한다. 그런 다음 네 번째 문단으로 확실하게 마무리를 하거나, 더 할 얘기가 이어진다면 다섯 번째 문단으로 나아간다

나는 전체 글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일단 써두고, 최종적을 채택될지 어떨지 모를 글 전체의 제목을 일단 정하고 쓰기 시작한다. 보통 나중에 정하게 될 것들을 미리 정하고 시작하란 얘기다.

이제 글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한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영감도 떠오르지 않을 때, 질문지를 만들어보라. 감독과의 인터뷰를 가정하고 30개의 질문을 만들어라. 질문을 뽑아내는 과정을 통해 그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 될 수 있다. 질문을 많이 떠올릴수록 글을 쓰기 쉬워진다.

내가 감독이다

'내가 감독이다'라는 발상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어떤 영화에 대해 쓴다는 것은 바꿔 말해 '그 감독에 대해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독의 이전 작품을 찾아보는 방법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여기서 더 나아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해당 작품과 유사한 내용과 스타일의 영화인 이른바 '한 핏줄 영화'를 찾아본다. 그 감독의 이전 작품과 비교하고, 비슷한 계열의 또 다른 유명작품을 보고 어떻게 다른지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비평에 대한 고민의 상당 부분이 해결된다.

원작과의 비교, 어떤 질문에도 스스로 답하라. 인터뷰 때 던지는 질문들 중에는 뜻밖의 사실을 알아내는 것만큼이나 입으로 확인받고 싶은 것이 오히려 더 많을 때도 있다. '내가 감독이다'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영화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을 '사이코메트리'하듯 접근하면 어떨까 싶다. 나 또한 감독의 입장이 되어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내가 영화를 만든 감독인 것처럼 글을 써나가는 것이다.

자신이 힘겹게 완성한 그 질문들의 답을 감독에 빙의해 스스로 작성하는 것이다. 즉 자기가 묻고 자기가 답하라는 얘기다.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내 해석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내 해석은 내 글 안에서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이영화를 재구성해 생동하게 만드는 절대적인 그 무엇이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질문에 답변하는 대로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풀리지 않을 때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라고 하는 얘기는, 영화평이란 것이 영화를 본 나의 일기가 아니라 감독과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쓰는 영화의 매 순간의 관찰자이자 절대자이며 최후의 증인이다. 내 증언이 바로 이 영화에 대한 최고의 비평인 것이다.

빨리 써라

오늘 써야 할 글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내일로 미루는 순간 기억력과 감각, 그리고 판단까지 몽땅 사라진다.

나의 경우 '있는 힘껏 짜내는' 빨리 쓰기 훈련이야말로 스스로 가장 유효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한번 200자 원고지 10매, 대략 A4 1장 정도로 누군가 리뷸르 썼다면 그대로 옮겨 타이핑해 보자. 옮기는 데 30분 정도 걸렸다면 똑같은 분량이면 30분 만에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영화 전문지든 일간지든 영화리뷰 한 편 분량은 200자 원고지 6~7매 정도다.

나는 영화리뷰 한편 쓰는데 영화 러닝 타임 정도 걸린다. 어느 정도 자료를 찾은 다음, 쓰기 시작해서 마무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글을 쓰기 전에 관련된 자료나 인터뷰를 찾아 검토하고 체크하는 데 꽤 시간을 들인다. 핵심은 준비가 끝난 다음 단숨에 써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업무상 써나가는 속도 자체도 빨라야 하거니와, 기억력을 바탕으로 한 사고의 연속성 때문이다. 영화를 감상한 시점으로부터 뜸들이지 말고 최대한 빨리 쓰기 시작하라는 말이다. 자료를 꼼꼼히 챙긴 다음 첫 장면부터 영화를 다시 재생하는 느낌으로 영화리뷰를 써나가기 시작해 그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빨리 써라'라는 주문은 집중혁 있게 한 호흡으로, 생각을 멈추지 말고 글을 쓰라는 얘기다. 내일로 미루는 순간 영화에 대한 기억력과 감각, 그리고 판단까지 몽땅 사라진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난 시점으로부터 최대한 빨리, 그리고 기억력이 달아나지 않게끔 빨리 써라.

아는 척하라

직업적 글쓰기를 꿈꾸는 기자 혹은 비평가가 된다는 것은, 보다 세련되고 지식이 풍부한 독자들을 이제부터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영화기자의 글은 결국 풍부하고 정확한 지식을 담고 있어야 한다. 비평과 학습 사이의 관계는 무척 긴밀하다. 학습된 것 없이 비평을 할 수는 없다. 비평은 내가 가진 정보와 지식을 독자들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넘겨주겠다고 마음을 굳힌 다음,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

영화공부의 정도는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할 정도이지만 당대 영화감독에 대한 관심이 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1. 세계영화사 100편의 걸작 리스트에서 몇 편 정도 보셨나요?
  2. 네오 리얼리즘이나 누벨 바그, 그리고 아메리칸 뉴 시네마라는 사조와 영화사적 의미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실 수 있나요?
  3. 크리스토퍼 놀란과 드니 빌뇌브, 그리고 박찬욱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다 보셨나요?

'잘 썼다'라는 감상은 '아는 게 많네!'라는 감상과도 거의 일치한다. 우리는 여러 기자와 평론가의 글을 읽으며 자연스레 그 사람의 '수준'을 가늠하게 된다. 또 그들의 글을 통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길 바란다. 누군가의 글을 '찾아 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풍부한 정보와 지식으로 가득한 글을 써야 한다. 영화글은 날카로운 관점으로 평가받기 이전에 먼저 글의 정보와 지식으로 평가받는다. 자신의 날카로운 관점은 풍부한 정보와 지식의 바탕 위에 비로소 서 있을 수 있다. 비평을 읽는다는 행위는 이른바 '지적 유희'이기 때문이다.

글을 읽을 때 글이 나의 관점과 비슷하면 더 신나게 읽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얻는' 것이 있다면 충분하다고 느낄 것이다. 자신의 결론이 다르다 할지라도 맨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에 다다르기까지 "지적 유희의 여정을 함께 즐기는 것" 자체가 굳이 누군가의 글을 찾아서 읽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목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글을 써라

 직업적으로 영화글을 쓰는 사람이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극장에 가서 앉아있는 건 총도 없이 전장에 나가는 것과 같다.

'보고 쓴 문장'과 '보고 쓰지 않은 문장'을 구별하라. 그저 간단한 사전정보만 챙겨두는 수준이라도 영화를 보기 전에 아주 훌륭한 예습이 될 수 있다. 사실 직업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영화를 보기 전에 자신의 초점과 주장이 대략 있기 마련이다.

일단 보고 쓴 문장의 비중이 높아야 잘 쓴 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런 글을 써왔다: 사건들의 기록

김운하와 판영진, 두 배우의 슬픈 운명

2003년 칸국제영화제의기억

이 얼굴을 기억해두세요.

다양성영화 지원사업에 동참하며

<씨네21> 특별판 들고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만납시다!

<아수라>와 <연애담>의 팬들을 만나다

<씨네21>의 연말 한국영화 베스트, 2016년과 2017년의 경우

영화잡지에서 번역의 딜레마

홍콩영화가 겪는 표기법의 딜레마

외화를 개봉할 때 삭제도 하지 말고, 영화제목도 바꾸지 맙시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의 추억

국정 영화잡지도 만들자?

'한국영화 파워50' 설문을 중단하며

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팬더추리걸작시리즈

2017년 대선 후보 인터뷰에 부쳐

영화 리뷰 잘 쓰고 싶다면, 영화기자가 되고 싶다면

 

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영화 글쓰기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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