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글을 잘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그 기술을 알아볼까요?
인터뷰이의 얘기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인쇄 직전까지 '팩트 체크'를 해야 한다. 영화기자가 왜 '기자'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인터뷰어가 얘기하는 사소한 기억이나 정보, 사실관계는 틀리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한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빈자리를 당신이 채워야 한다. 진짜 인터뷰는 인터뷰가 끝나는 바로 그 순간 시작된다.
Part 04 인터뷰의 기술
인터뷰이의 거짓말과 싸워라
인터뷰이의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되며, 지면에 옮기기 직전까지 팩트 체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영화기자가 하는 일은 크게 2가지다. 영화를 보고 와서 쓰는 것과 인터뷰이를 만나고 와서 쓰는 것! 인터뷰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은 상대방의 얘기를 주의 깊게 경청하되 그걸 다 믿어서는 안 되다는 것이다. 인터뷰이가 얘기하는 사소한 기억이나 정보, 사실 관계는 틀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인터뷰이의 사소한 이야기 하나하나에 '팩트 체크'가 들어가야 한다. 더 나아가 보도자료의 내용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이 '기자 정신'이다.
1시간 정도 인터뷰하면 보통 기자가 찾아야 하는 난관이 최소 5번 정도는 찾아온다. 독자를 위해서 그리고 그 인터뷰이를 위해서 필사적으로 찾아야 한다. 1시간 인터뷰하고 2시간에 걸쳐 녹취를 풀고, 3시간 동안 팩트 체크를 하면서 인터뷰이의 기억의 공백을 채워 넣는다. 그것이 바로 인터뷰 기사의 퇴고의 과정이다. 진짜 인터뷰는 인터뷰가 끝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인터뷰는 준비한 만큼 성공한다
가장 큰 무기가 되는 것은 꼼꼼하게 준비하는 성실함이다.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하는 것처럼 성실한 얼굴에 불성실한 답변을 뱉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한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길은, 바로 그 창작자의 진솔한 애기이다. 물론 '좋은 질문'들로 이뤄진 인터뷰일 때, 그 말이 성립될 것이다. 인터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영화에 대해 긴 비평을 쓸 때와 똑같은 준비를 하면 된다. 원작의 유무와 함께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개요와 기술 수준, 연출과 캐스팅 의도, 즉 영화를 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질문들과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개인적인 질문들을 준비하면 된다.
가장 필수적인 것은 시나리오를 구해 읽는 것이다. 감독이 시나리오와 어떻게 다르게 영화를 연출하고, 배우가 연기했는지는 인터뷰 질문의 가장 기본이 된다. 비평을 쓸 때 하나의 맥락으로 통일시키지 못했던 여러 요소들을, 개별 질문들로 나누어 소화할 수 있다. 인터뷰는 글로는 옮기지 못할 내용도 질문으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질문이 비평보다 더 어렵다.
비평은 자신의 능력 밖이라 생각하는 기자도, 인터뷰는 준비한 만큼 충분한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 준비한 30개의 질문은 5개 정도 많아야 15개 정도 질문할 수 있다. 선택과 배제는 순전히 인터뷰어의 몫이다. 감독이나 배우와 5시간 이상 인터뷰할 수 있게끔 공부해서 질문을 준비해 가지만 원하는 만큼 시간을 소요하거나, 공들인 만큼 만족스런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만나게 될 감독이나 배우와 별다른 친분이 없거나, 업계에서 딱히 알려지지 않은 기자의 경우 상대방의 무관심과도 싸워야 한다. 이름없는 기자이거나 혹은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신입기자는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역시 가장 큰 무기는 꼼꼼하게 준비하는 성실함이다. 쉽게 말해, 공부를 많이 하고 만나야 한다. 질문의 기술이란 결국 무언가를 치밀하게 유도하는 기술이다.
우문현답을 두려워하지 마라
어떤 질문도 주저하지 말고 물어보라고 하는 이유는 질문이 어떠하건 간에 감독과 배우들이 질문의 요지를 파악만 했다면, 그 답변의 '길'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이나 배우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구, 나에 대한 애정이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 때 마음을 열기 마련이다. 그러나 보면 자연스레 수많은 기자 중 뻔하지 않은 질문을 한 기자로 기억에 남아있게 될 것이다.
화제작의 경우 최소 30번에서 많게는 50번 정도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인터뷰마다 10개의 질문을 가정하면 500개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그중 300~400개의 질문은 같은 질문일 것이다. 경험상 황당한 질문이 예상밖의 질문으로 신선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꽤 있다.
첫 번째로 늘 빤한 질문보다 '처음 들어보는 질문'이라 너그럽게 용인된다. 두 번째로 기자가 인터뷰 내내 꼼꼼하게 준비했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으며, 기자가 어떤 황당한 질문을 하더라도 '생각이 거기까지 나아간 이유가 뭘까?'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인터뷰이에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유의 시간을 제공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인터뷰는 궁금한 것을 알아내는 것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행할 수 있다. 멍청한 질문이 더 큰 진실을 끌어낼 수도 있다. 또 예상과 다른 답변을 듣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필요도 있다. 우리는 왜 감독이나 배우를 번거롭게 직접 만나서 얼굴을 마주 보며 인터뷰하는가, 에 대한 대답이 바로 거기 있다.
인터뷰의 기술들
인터뷰란 이야기를 '듣는' 행위가 아니라 '끌어내는' 행위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간 영화기자 생활을 하면서 건져낸 인터뷰의 기술 몇 가지를 소개한다.
주변 사람을 인터뷰하라
영화기자, 기자는 결국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겨야 하는 직업이다. 영화기자는 글쓰는 시간보다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감독이나 배우를 만나기 전 주변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사전취재를 하는 것이다. 사전 취재가 기자 개인에게는 질문거리들을 다양하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상대 인터뷰이로 하여금 '이 기자가 나를 만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구나'하는 생각에 보다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임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사전 준비는 인터뷰가 아닌 다른 글을 쓸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영화를 담당하고 있다면 영화 촬영 전부터 감독,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과 어떤 식으로든 '소통'하고 있어야 한다. '사전 인터뷰'라는 형식은 영화 개봉일쯤에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제작되고 있는 내내 해당 영화의 제작진과 관계를 맺으며 자연스럽게 소통해 온 내용들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인터뷰 준비라는 것이, 영화 개봉일에 인터뷰를 맡게 되어 부랴부랴 그때서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말하고 싶은 것을 물어라
영화의 테마나 배우와이 호흡, 제작상의 어려움, 앞으로의 비전 등 듣고 싶은 내용과 목적에 맞는 정확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경험상 인터뷰이의 답변이 내가 예상한 것과 완전히 동떨어진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다른 인터뷰 기사에서 읽어서 상대방이 어떻게 답할지 뻔히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 다시 질문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독자는 이 인터뷰 하나만 읽는다'고 가정하고 인터뷰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을 비춰볼 때, 딱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그 어떤 인터뷰이도 비판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단 한명의 예외도 없었던 것 같다. 인터뷰의 성패는 '비판을 하는가 하지 않는가'에 있었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되었건 감독과 배우는 '내가 이 영화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영화가 공동작업이자 공동예술이라는 것은 바로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영화란 창작자에게 이상한 책임감을 부여하는 예술이다.
그래서 날카롭거나 단도직입적인 질문은 일단 아껴둘 필요가 있다. 그 영화가 가진 미덕에 대해 최대한 털어놓으면서 인터뷰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인터뷰란 결국 상대의 마음을 얻는 일이기 때문이다. 질문과 답변 모두 분량에 맞게, 맥락에 맞게 핵심적인 내용을 해치지 않으면서 편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터뷰의 3가지 잔기술
첫째,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면, 수첩에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이다. 수첩에는 진짜 메모와 가까 메모가 있다. 상대방의 말이 끝나고 확인차 물어봐야 할 것들을 주로 메모한다. 의문스러운 것들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최상이다. 이것이 진짜 메모라면, 가짜 메모는 메모하는 척하는 것이다. 메모하는 척으로 상대방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끔 북돋아주라는 의미다.
둘째, 전에 봤던 영화라고 하더라도 인터뷰하는 감독과 배우의 직전 작품은 만나기 전에 무조건 다시 본다. '봤던 영화여도 다시 본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A를 본 후 직전 작품 B를 보면, 세계관, 스타일, 버릇 같은 것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또렷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전 B 작품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를 찾아 읽는 것이 좋은데, 사실 이 또한 당연한 얘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거기서 더 나아가 B 작품의 DVD나 블루레이에 실린 음성해설을 무조건 듣는다.
음성해설도 인터뷰의 한 형태라고 한다면, 아마도 영화인들이 가장 솔직한 얘기를 털어놓은 자리일 것이다. 음성해설은 감독과 배우, 종종 프로듀서나 촬영감독이 더 붙어서 여러 명이 거침없이 앞다투어 이야기한다. 게다가 직접 화면으로 영화를 보면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보니, 빠지는 장면없이 해야 할 중요한 얘기들은 어지간하면 꼭 하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음성해설에서는 '오프 더 레코드' 수준의 얘기들이 쏟아진다.
셋째, 인터뷰가 끝났을 때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라고 정리하면서도 일단 녹음기는 끄지 않는다. 경험상 인터뷰가 끝나는 그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정작 주요한 얘기를 꺼내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물론 그런 흥미로운 내용들을 기사에 쓰기 전에 "금방 하신 얘기 기사에 써도 돼요? 제가 볼 때 별 문제없어 보이는데"라고 확인을 해야 한다. 명심할 것은 인터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는 이런 글을 써왔다: 미투와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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